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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2. 2. 15:21

Labor Party Headquarters, Cheorwon, Korea, 2012. 사진제공=조숙진 사진집 ‘흔적(TRACES)’ 중-눈빛출판사.

 

비극의 인류사 초월의 영원성

 

“낮 동안, 흙탕물이 더럽힌 벽이 보인다. 흘러내리다, 얼어붙은 흙탕물의 더러운 눈물 자국. 벽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달빛. 곧 종이 울릴 것 같다. 이 넓고 텅 빈 자리 없는, 영화관 안.”<벽, 이윤학 시집-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문학과 지성사刊>

 

 

철원 노동당사는 마침 문이 닫혀 있었었다. 한번 오기도 쉽지 않고, 들어가 찍고 싶은 마음에 끝이 뾰족한 철() 울타리를 근처에 있던 벽돌을 놓고 살짝 넘어 들어가 촬영하였다. 건물 2층의 한 벽()인데 올라가니 텅 빈 공간에 네 벽만 남아있어 깜짝 놀랐었다. 무너질 듯 철구조가 받혀주고 있었다. 6.25전쟁 당시 남북한 교전이 심했던 건물이라 당시 생겼던 총탄과 포탄 자국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창문 없는 틀을 통해 담담하게 서 있는 마른나무들. 슬픈 역사 그리고 무심한 듯 자연이 가슴을 아리게 훑고 지나갔다.

 

 

World War I, II Military Hospital, Beelitz, Germany, 2012. 눈빛출판사 제공.

 

작품 World War I, II Military Hospital19세기 말 포츠담 근교에 세워진 베리트-하일슈타텐 병원이다. 세계 1, 2차 대전 중 부상당한 독일군을 치료했던 병원으로 후에는 소련군 병원으로 쓰이다 버려진 곳이다. 촬영을 위해 베를린의 낙후된 지역을 찾다가 이 병원에 대한 정보를 발견했다. 출입이 통제되고 조금 무서운 장소 같았지만, 무조건 기차를 타고 갔다. 콘크리트 담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뚫어놓은 개구멍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는데, 정말 있었다. 주변을 살피고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들어가자마자 바로 느낀 건, ‘정말 오랫동안 버려진 곳이구나.’였다.

 

아무도 없었다. 키 큰 나무들이 촘촘하게 숲을 이루었고 바닥엔 나뭇잎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한참을 이리 저리 걷다가 2층에 깨진 창문을 막지 않은 건물 하나를 발견했는데 돌과 벽돌들을 모아 쌓고 2층 창문을 겨우 넘어갔었다. 순간 멈춰버린 어떤 시간.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것 같아 한참을 그냥 서있었다. 공기도 달랐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달랐다. 거기에 고요한 적막함까지. 그 후 이 병원에 대해 알아보니,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 중 치료 받았고, ‘The Pianist’, Valkyrie등 영화촬영도 한 장소였다.

 

 

Factory Complex, Scranton, PA, U.S.A, 2012. 눈빛출판사 제공.

 

한편 ‘Factory Complex’사진은 19세기말 설립된, 오래 전에 문 닫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지역의 한 공장 단지 안에서 촬영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사진을 찍어야 해서 이른 아침에 도착해 쉬지 않고 배고픈 것도 모르고 6시간 이상 찍었던 것 같다. 촬영을 끝내고 카메라를 내려놓으려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팔과 발은 땀과 먼지로 덮여 시커멓게 얼룩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조숙진 작가(multidisciplinary artist JO, SOOK JIN)>

 

권동철=212022, 인사이트코리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