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스스로 빛나는 존재의 사랑
산맥의 바위능선이 매혹의 빛줄기를 받아들인다. 억겁세월의 풍상에 맞서 온 바위산의 상처, 그 깊은 크랙(crack) 속으로 저 창공의 오로라 빛이 쏟아져 스며든다. 그것은 숭고함. 누가 대지를 모성(母性)에 비유 했는가. 존재 자체에 한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애여. 이질과 조화 속에서 피어나는 환상의 빛, 오로라.
오로라는 지수가 높은 날이라야 춤을 추는 빛의 색(色) 장관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일지라도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아쉽게도 구름 덥힌 먹먹한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사의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의 작품세계가 추구하는 ‘내 안의 빛’은 ‘스스로 빛나는 존재를 발견하는 사랑’을 담은 메시지다. 오로라를 만나가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갈등관계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충돌과 조화에 관한 문제가 실체적으로 다가왔다. 내 안에 오로라와 같은 빛을 품고 있음에도 구름으로 덮고 사는 건 아닌지 반추한 만남이었다. △글=김현정 작가(Navi Kim)
△이코노믹리뷰 11월15일,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