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Textile artist KIM SUNG HYE]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섬유미술가 김성혜,김성혜 작가,서양화가 김성혜,Painting&Fabric Artist KIM SUNG HYE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0. 6. 18. 18:08

전시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성혜 작가<사진:권동철>

 

곡선의 다스림, 삶에 규칙이 있었던가!

[전시리뷰]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 ‘Sonido’개인전, 63~8, 갤러리 이즈

 

실은 먹()과 물감을 머금는다. 이들의 물성은 양립이 아니라 염직(染織)처럼 조화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화화세계를 틔운다. 상쾌함과 드넓은 대지의 허공을 나르는 나비와 씨앗들의 치열한 여정 끝에 밀려오는 어떤 후련함처럼 거침없이 시원시원 곧고 휘어가는 결을 전한다.

 

재료의 식물자연성은 ‘Sonido(소니도)’연작 모체의 축(axe)으로써 무한의 시()와 삼라만상을 감싸 안아 저 광막한 시원의 우주기록으로 탄생시킨다. 섬유와 회화의 접목은 직선과 수행성의 곡선을 다스리는 현상(phenomenon)의 연속성을 제시하며 인식의 근원을 열어놓고 있다.

 

김성혜 작가는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나오는 선이 곡선이었다. 나는 곡선을 좋아한다.”라고 토로했다. 직관(直觀)으로 얽으며 위아래와 좌우모서리가 없는, 이른바 걸림이 없는 삶의 추구라는 참신한 인생사를 깨치고 자주적이며 해방적 사유의 견지(堅持)에서 마침내 모든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풀어낸 겹의 세계다.

 

갤러리 이즈 ‘Sonido’전시전경

◇한국미의 자취 그 생명성

동양적 가치의 감성이 흠씬 배어나는 먹과 원()의 공간성이라는 정신이 오묘하게 화합한 팽팽하고도 결 고운 자연성의 청청한 기운은 원초적 생명의 순수한 상호관계성의 산물이다. 그렇게 응축된 천연섬유의 도드라진 올 결의 생동성은 인간의 삶과 존재의 본질이라는 오묘한 문()으로 옮아온다.

 

삶의 경계가 없음이 내 작품의 지향점이다라고 그가 말했듯, ()이 무명실을 만나 화합되어가는 우연성을 기꺼이 작업으로 품은 것은 회화·패브릭아티스트 김성혜 작가론의 훤하게 트인 정신을 의미한다. “먹 작업을 하면서 그 어느 이론이나 원칙을 생각하지 않았다. 삶이 규칙이 있었던가. 여하한 의도적 발상을 가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지만 그러나 은연 중 한국미의 자취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방빛과 서예적 필획(筆劃), 바위를 지나 물살이 휘돌아가는 듯, 앞산의 노을이 고개를 넘어가며 남긴 어둑한 서정 속 숲으로 날아가는 분주한 새들의 날개깃처럼 휘몰이, 자진모리장단의 울림도 전해온다.

 

이처럼 서양화가 김성혜는 자연스럽게 흡수해내는 운율과 변화의 역동성이라는 우연에서 감각의미를 재해석해 낸다. 실의 회화성으로 먹과 금분(金盆)을 사용하며 무리하게 인위적으로 힘쓰지 아니했고 느낌이 오는 대로 이어지고 멈춰지는 행위의 반복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한편 섬유미술가 김성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경남사천 리 미술관, 유나이티드갤러리 등에서 초대전을 가졌고 이번 서른 번째 개인전 ‘Sonido’63일부터 8일까지 인사동길, ‘갤러리 이즈에서 신작 30여점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전시환경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 대성황을 이뤘고 그만큼 주목받은 전시였다.

 

면사, 마사를 먹물에 반나절 침수해 보니 제법 느낌 좋은 그라데이션으로 염색 되어 있었다. () 안에서의 희로애락의 파동(波動)으로 소중한 또 다른 내가 만들어짐이다. 서로의 융화작용으로 신기하게 다른 작품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들의 물성은 충분히 나를 흥분케 하는데 걸림이 없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206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