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34년 일본의 오오사마(킹크레용) 내 화실<대구미술관 제공>
독자적 화풍 극적표현의 향토애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 11월5~내년1월12일, 대구미술관 [①회]
“인성은 팔공산을 좋아했고, 그것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중략)겨울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말라붙어 있는 바삭바삭 소리를 낼 듯한 굳은 잎들이, 그것도 색의 변화도 없는 옐로오카 일면의 풍경이 무엇인가 그의 인생철학을 보여준 듯한 느낌으로서 지금도 그 감명이 식어지지 않고 그 작품의 행방이 궁금하다.”<고(故) 정점식 화백, 영남대학교학보(1972), 이인성특별전도록>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0년 ‘이인성미술상 20주년’을 앞두고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The Special Exhibition of Lee In-sung: Daegu, Home of the Artist)’를 지난 11월5일 오픈하여 내년 1월12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다.
화가 이인성(李仁星, LEE IN SUNG, 1912~1950)의 1930년대 초~40년대 말까지 수채화, 유화, 수묵담채 등 풍경, 인물, 정물화 원작20점과 아카이브10점 및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사과나무, 91×116.5㎝, 캔버스에 유채, 1942<대구미술관 소장>
작품 ‘사과나무’는 과수원의 높고 낮은 지형에 따른 색감과 그림자가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바닥과 가까이 그려진 사과덩이는 수확이 임박한 찰나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진명 대구미술관학예연구실장은 “부인을 잃고서 대구 인근 장인소유 과수원에 방문했던 것 같다. 사과 숫자는 56개이다. 사과열매가 너무도 탐스럽게 익어서 가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면을 향해 휘어있다. 오른쪽에는 암수 한 쌍의 닭이 호젓하게 나무그늘을 즐기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날의 사과를 그려 슬프기 그지없는 불운을, 고독을, 원망을 모두 덮으려 한 것 같다.”라고 해설했다.
팔공산, 24.3×33.5㎝ 나무에 유채, 1930년대 중반<개인소장>
이와 함께 이인성 작가에게 대구의 진산(鎭山) 팔공산(八公山)은 지역의 풍토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동시에 계절의 변화와 색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사생 장소였다. 작품 ‘팔공산’은 짙은 하늘색과 붉은색이 흘러가는 듯하다.
옅으면서 농후한, 저 멀리 빛의 잔영이 산봉우리와 어울리며 미묘한 기운의 아우라가 퍼진다. 변화무쌍한 시(時)의 찰나를 포착한 색감은 이인성 화백의 섬세한 감각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백미다.
‘이인성 특별전 도록’은 “이러한 특징은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빛으로부터 발현되는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옮기는 독자적 화풍이다. 또한 사방으로 흩날리는 붓 터치들은 팔공산이 지닌 산세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라고 기록했다.
이인성양화연구소<대구미술관 제공>
한편 이인성 화백은 재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었던 경북여자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시라가 주치키(白神壽吉)의 지원으로 스무 살이 되던 1931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일본에서 정착을 도와주었던 오오사마상회는 미술재료와 전문서적을 취급하던 곳으로 이인성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실을 내어주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심도 있게 탐구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이번 도록은 “이인성은 유학시기에도 방학이 되면 대구를 찾았고 일본의 화우들과 우리의 풍토를 그리거나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연구하는 등 대구와 일본을 오가며 조국과 서양화에 대한 남다른 의식을 형성하였다. 일제강점기시대상황에도 예술적 향토애를 심화시킨 작품 ‘여름 실내에서’, ‘가을 어느 날’, ‘경주의 산곡에서’, ‘카이유’가 탄생 되었다.”라고 전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데일리한국(주간한국), 2019년 12월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