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

김성호 서남대 교수 저서|강원도 화천 은사시나무 ‘까막딱따구리 숲’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4. 28. 23:51

 

 

  

김성호 교수는 독자들에게 소망 하나 더 펼쳐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로까막딱따구리를 이 땅에서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까막딱따구리 숲>

김성호 지음

지성사 펴냄

3만원

    

 

 

 

<까막딱따구리 숲>은 저자인 김성호 서남대 교수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따구리 가운데 가장 큰 까막딱따구리와의 2년 동안 만남을 기록한 번식 생태 관찰일기이다.

또한 까막딱따구리가 둥지를 튼 숲에 깃든 다양한 새들의 치열한 살이를 보여 주는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 까막딱따구리는 강원도 화천의 작은 은사시나무 숲에서 다른 새들과 어울려 산다. 온몸을 검은 깃털로 감싸고 머리 위 깃털만 붉은색으로 물들인 멋쟁이의 생생하고도 감성적 이야기를 350여 컷의 역동적인 사진들과 함께 펼친다.

 

그러나 숲이 잘 발달한 곳이면 어디에서든 서식할 수 있는 새이지만 저자는 이들이 살아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탓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고 숲에도 주택난이 심각하다고 말한다.

 

큰 소쩍새가 새끼를 길러 나간 둥지에 불과 한나절 만에 원앙이 새로 들어와 둥지를 틀고 원앙의 어린 새들이 떠난 둥지에 다음 날 다른 원앙이 알을 낳으러 들락거린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보았다고 하더라도 본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본 것이 전부라 믿고 서둘러 판단하는 것은 관찰의 세계에서는 오류가 되고 일상에서는 오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 예로, 다친 어린 새를 다시 둥지에 넣어 주려 일명 바가지 차를 타고 올라간 까막딱따구리 둥지 앞에서 숲을 내려다보았을 때 저자가 까막딱따구리를 관찰한 것이 아니라 새가 지독하게 관찰하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는 것. 자연을 대함에 있어 인간 위주가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움막을 나서 까막딱따구리의 둥지를 품고 있는 은사시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습니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순간이 내일이나 모레 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그토록 오래 기다렸던 모습이 곧 눈앞에서 펼쳐질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이별이 저들에게는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어린 새들을 둥지에 하루라도 더 묶어 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본문 253>

 

둥지를 틀 때면 털이 잘 빠지도록 몸속 호르몬이 저절로 분비되고 털보다 더 따뜻한 맨살로 제 알을 품는 까막딱따구리와의 웃고, 울고, 번민했던 만남을 저자는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1727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