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PARK SEO BO]朴栖甫,Dansaekhwa,묘법(描法),Écriture,에크리튀르,국립현대미술관(MMCA),원로작가 박서보,박서보,박서보 화백,화가 박서보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6. 5. 23:41

(왼쪽부터)묘법(描法)No.090206,2009,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195×130, (중간)No.080618, 2008 (오른쪽)No.071021, 2007 <사진=권동철>



번민과 고통의 치유 흑백의 일체화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518~9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그렇죠. 그것을 서양말로는 중성적이라고 하는데 무명성(無名性)’이라는 거죠. 저는 중성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드러 내지 않고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색이라는 뜻이죠.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컸거든요. 시골에서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 부엌에서 나무를 때니까 그 연기가 천장, 서까래, 벽이건 다 수 십년동안 불을 때니까 다 까매요. 그런데 그것은 검은 게 아니고 거무스름한 거죠. 가장 자연의 색이죠.”<스카이티브이, 아틀리에 STORY 단색화 1, 박서보 화백 말() 중에서>

 

1970년대 이후 단색화 기수로 독보적 화업을 일구어 오고 있는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PARK SEO-BO: THE UNTIRING ENDEAVORER)’()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 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70여 년 화업세계가 갖는 정신성의 깊이 때문일까.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음에도 전시장은 평온과 묘한 긴장의 고요가 맴돌았다.

 

전시는 1950년대 원형질에서 2000년대 후기묘법 그리고 신작에 이르기까지 회화 및 아카이브를 다섯 시기로 조망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윤범모 관장은 이번 대규모회고전은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원로화가 박서보의 미술사적 위치를 재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원형질No.1-62, 1962, 캔버스에 유채, 163×131, 국립현대미술관소장



원형질(原形質)시기=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 회화 No.1’은 대량학살과 집단폭력으로 인한 희생, 부조리 등 불안과 고독을 분출한, 기존 가치관을 파괴하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전질=60년대 후반 옵아트, 팝아트를 수용하며 기하학적 추상과 한국전통색감을 사용한 유전질연작, 69년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 영감을 받은 허상연작을 소개한다.

 

초기 묘법(描法)=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한 연필묘법은 캔버스에 유백색의 밑칠을 하고 채 마르기 전에 연필로 수없이 반복되는 선을 그어가는 작업이다. 독자적 언어를 찾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은 다양한 모색으로 이어졌다.

 


 묘법No.01-77, 1977, 르몽드지에 연필과 유채, 33.5×50, 작가소장



중기 묘법=82년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한다. 한지를 발라 채 마르기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붙이고 등 무수히 반복되는 행위가 강조된 작업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로운 방향성이 두드러져 지그재그 묘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무수한 필선에서 다시 회화성을 회복하고자 한지 위에 쑥과 담배를 우려내는 등 자연의 색을 최대한 담아내기도 했고 원색밑칠을 하고 그 위에 검정색이 덧입혀져 바탕색이 우러나도록 하였다.

 

후기 묘법=90년대 중반, 한지를 손가락으로 직접 긁고 문지르는 대신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밀어냄으로써 길고 도드라진 선과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낸다.

 


       묘법No.931215, 1993, 캔버스에 한지, 혼합매체, 53.2×46, 박지환 소장



작업방식을 변화시키면서 흑백의 화면으로 되돌아갔던 화백은 2000년대 초반 단풍절정기의 풍경을 경험하게 되면서 자연이 그러하듯, 예술이 흡인지처럼 인간의 번민과 고통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어야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점차 중첩된 색 면의 오묘함을 내포하며 더욱 다채로워 진다.

 


 묘법Écriture No.190227, 2019, 130×170Pencil and oil on canvas



한편 박서보(朴栖甫,PARK SEO BO,1931~)작가는 경상북도 예천에서 충청북도 음성 출신의 박제훈과 경상북도 예천 출신의 남기매의 4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50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되기를 희망하여 고암 이응노 선생과 청전 이상범 선생이 교수로 있는 홍익대학교 문학부 동양화과에 입학했다.

 


                     원로작가 박서보 <사진=국립현대미술관>



52년 프랑스 유학파인 이종우 선생과 김환기 선생이 교수로 있는 서양화과로 전과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장을 역임했다. 도쿄 토키와 화랑(1970), 명동화랑(73), 통인화랑(76), 국제갤러리(2010~2011), 도쿄 갤러리(2016)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 한국 현대회화전(도쿄국립근대미술관, 68),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도쿄센트럴미술관, 77), 현대미술7:권영우, 김기린, 김창렬, 박서보, 백남준, 이우환, 정상화(갤러리현대, 1990)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뉴욕구겐하임미술관, 도쿄현대미술관 등 다수에 작품소장 되어 있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데일리한국(주간한국), 20196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