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일송정 해란강은, 227.3×181.3㎝ Acrylic on canvas, 2017
위대한 영혼의 기백 그 회화적 역사
“역사는 이야기들로 해체되는 게 아니라 이미지들 속으로 해체되는 것이다. 그들(이미지들)은 가시권 속으로 빛을 발산할 때에만 인지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역사의 참된 상(像)은 늘 회복 불가능하게 사라져갈 위험에 처하며, 무심한 사유에게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나가버린다.”<발터 벤야민(예술, 종교, 역사철학), N.볼츠, 빌렘 반 라이엔 지음, 김득룡 옮김, 서광사 刊>
회화가 역사학적 궤적을 남긴 모티브를 품으면 어떤 정신사적 감흥으로 피어날까. 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은 요새였던 고구려 산성들. 하나로 뭉쳐 생과 사를 함께했던 강인한 결집력은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으리. 물, 나무, 불, 흙, 쇠(金)의 오행(五行)과 생과 소멸의 순환이라는 대자연의 이치가 어떤 좋은 기운이 되어 흐른다.
그런가하면 ‘초원길’ 열어 서역과 교역했던 호방한 세계관의 고구려인들이 즐겨 입던 점무늬 옷처럼 화면은 수많은 점으로 이어져 있다. 저 광활한 들판에 700년 고구려역사 그 드라마틱한 대장정(大長程)의 맥박이 숨 쉬고 있다. 어디쯤에선가 광개토왕릉비(廣開土王陵碑) 글귀가 과거와 오늘을 잇는 데자뷔(deja vu)처럼 벅찬 감동으로 밀려오는 듯하다.
삼족오(三足烏) 노닐다, 195×114㎝
김대영 화백(KIM DAE YEOUNG, 김대영 작가)은 “우리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할 때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던 일송정 해란강을 굽어보면서, 멀리 백두산이 보이는 웅지를 폈던 기상을 회화적 감성을 부여하여 ‘백두산 일송정 해란강은’에 담았다”라고 전했다.
고구려국내성고분벽화의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작품 ‘삼족오 노닐다’는 유려한 날개를 펼치며 생동감 넘치는 기상으로 백두산 천지 위를 날면서 저 멀리 광활한 평야의 터전을 달리는 뜨거운 맥박의 웅지를 실어 나른다.
겨울나기-조팝나무, 92×65㎝
◇어머니 품 같은 넝쿨
한여름 푸름은 퇴색됐지만 이듬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도록 새로움의 에너지를 보듬고 있는 넝쿨. 혹한겨울이 지나고 새싹을 보듬는 갸륵한 넝쿨의 헌신은 어머니 품과 다르지 않으리. 생명의 발현 그 잠재적 힘을 어찌 가벼이 할 것인가!
△권동철, 2018년 8월13일자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