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화가와 삶, 한국화가 김명진] KIM MYUNG JIN, 김명진 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대한민국 국전작가회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1. 6. 01:11


가을햇살이 나뭇잎을 지나 고택뜨락에까지 부드럽게 드리웠다. 한 시대의 권세를 누리며 수많은 발걸음이 오갔을 운현궁(雲峴宮)에 앉아 자연과 생의 오묘함에 대한 상념에 젖은 김명진 작가.



 

빈 화폭의 두려움 채워가는 열정

 

 

서울 인사동 한 카페서 만난 작가는 자상하고 조용하지만 작품명제 정중동(靜中動)’연작에서 보여주는 사물에 대한 명료함처럼 간결하지만 적확한 인식세계를 중시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작가와 만나 작품얘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귀가했을 때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고 외출하는 그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적 그림을 추구하는 그에게서 그런 과정이나 작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심을 유지하며 잔잔하게 물결치는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것은 작가정신과 다름 아닐 것이다. 고희(古稀)를 넘어서도 여전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붓질에 매진하는데 캔버스 앞에서의 느낌은 어떠시냐고 물어보았다.

 

빈 화폭에 붓을 드는 순간 솔직히 두려움이 먼저 밀려온다. 그러나 점점 채워지는 채색화에 대한 애정으로 그림을 그려나간다. 어눌해 보이는 나는 내면에 대단히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로 인식하고 화폭에 표현한다. 몰입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와 끊임없이 대화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격려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성취감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문봉동 전원 속 작업실 옆 텃밭에는 꽈리, 도라지, 백일홍 등을 한밭 가득 심어 그 자체가 하나의 화폭이 될 정도로 꽃들이 만발하다. 창을 열면 그 꽃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방안 가득 밀려드는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강인한 생명성을 섬세한 필치의 구상적 표현을 하는 작가에겐 많은 영감을 주는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자연과 동화된 화가의 일상은 어떤 감흥을 느끼는 걸까. “자연과의 만남에서 가장중요한 건 사랑인 것 같다. 꽃을 그리려할 때 그 꽃과 눈높이를 맞춰 앉고 부드럽게 교감하고 마음의 향기를 나눈다. 그러면 훨씬 생기 넘치고 아름다움 모습으로 나에게 스케치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그것을 아름다운 관계의 기쁨이라고 할까, 완전한 배려와 나눔으로 여긴다라고 전했다.

 

김명진(KIM MYUNG JIN)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고 우림갤러리 등 개인전과 ‘2016대한민국 국전작가회에 출품했다. 그림은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림자처럼 나의 분신이다. 나와 같이 동행하는 그림친구가 있어서 좋고 그런 친구를 사랑하는 내가 좋다. 소박한 마음으로 그림에 정진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자세를 유지하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 나의 소리 없이 움직이는 붓 작업 역시 그 자체가 정중동이지 않은가라며 활짝 웃었다.



이코노믹리뷰 201699일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