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2016,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서양화가 양규준,10월2~7일,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마니프 부스전,MANIF(양규준화백,양규준 작가,마니프,중도(中道)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9. 14. 01:15


중도(中道), 53×53(each), 캔버스위에 아크릴, 2016





=화가 양규준 <작가노트 > ▲부스번호 B17



나는 1990년대 전후 나무, , , , 달과 같은 소재들을 통해서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과 꿈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하려고 했었다. 그 무렵 나는 앞에서 열거한 주제와 관련하여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과학적인 사실과 철학적인 사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봄이면 해마다 새 잎이 돋아나고, 가을이면 잎이 모두 땅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어린 나무는 자라서 고목이 되고, 고목은 다시 썩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흙이 나무이고 나무가 흙인 셈이다.

    


바람의 형상, 162×112, 캔버스위에 아크릴, 2016




그러면 과연 나무의 진실은 무엇인가. 낮에 우리는 나무를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그것이 보이지 않지만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나무를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 나무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뉴질랜드로 건너간 1997년 이후, 나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했다. 한동안 남태평양 연안의 숲속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과 어떤 일체감을 일궈내기 위해 각성의 시간들을 보냈었다.

    



바람, 53.5×76, 종이위에 아크릴, 2016




남태평양 섬 북단의 외부와 단절된 숲 속은 적막하다. 이곳은 헨리 루소의 원시림인가? 폴 고갱이 이상적인 삶을 꿈꾸며 찾았던 타이티섬의 풍경이 이러 했을까? 이따금씩 산비둘기의 빈 날갯짓이 숲의 정적을 깨뜨린다. 여기가 어 인가.

 

시간과 공간의 벽은 이미 허물어지고, 여러 생각들이 뒤범벅이 되어 간다.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사라지는 기억들의 잔해에 문득 알 수 없는 슬픔이 왈칵 몰려온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어슴푸레 어둠을 뚫고 숲을 빠져나올 때 나는 느꼈다. 자연의 생명감으로 가득한 거대한 신비로운 숲을 가로지르고 있는 나의 존재를!”

    


바람, 130×89.4(each), 캔버스위에 아크릴, 2016



 

미술평론가 김영호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방황과 사색의 긴 시간을 돌아 양규준 화가가 찾은 세계는 전과 다른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구체적 형상에 이입되었던 시선은 어느덧 추상적 형상으로 바뀌고 대상의 사실적 묘사는 그린다는 행위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하여 찾은 세계가 바로 칼리그래피다.

 

캔버스는 산과 강 그리고 해와 달의 에너지로 채워지고 은하수 혹은 우주의 빛줄기는 일필의 획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연과 자아 두 개의 세계가 융합된 화가의 캔버스에는 시간과 공간이 녹아있으며 좌와 우가 융합하고 음과 양이 서로 통하는 풍경이 등장하게 되었다.”



양규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