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더욱 선명해지는 공존과 생명의 순환” “비는 빛에 의해 감정의 혼란이 만들어지는 것들을 자제시킨다. 비의 물성이 살아있는 것들에게는 생명력을 공급하지만, 집들과 담벼락 같은 것들은 점점 무너지고 분해되어 본래의 것으로 회귀하는 것을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 것과 죽은 것, 새것과 낡은 것, 안과 밖의 공존과 생명의 순환이 비와 더불어 선명해 진다.” 1997년부터 25년여 동안 비가 오늘날 서울 불암산 자락 ‘백사마을’을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는 최영진 작가를 성북동 북정마을 작업실에서 만났다. 자발적 생명력에 대한 숭고한 시각문화(Visual Culture) 탐구를 근간으로 오랫동안 작업해오고 있는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찾아가 잔심부름도 해드리고 영정사진도 찍어드리면서 마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