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368

[인터뷰]단색화가 신기옥‥“어머니 노동의 수행성에서 발현 된 선율이 나의 단색화”

“유년시절 어머니가 베틀에서 한 나절 일을 해도 조금밖에 안 되는 명주를 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무념의 호흡이 스며든 씨실과 날실의 반복 그 인고의 세월에 깃든 고된 노동의 수행성이 가장 한국적 영혼의 선율이라 믿는다. 나의 단색화 ‘Line Rhythm’의 본령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선(禪)적 세계의 울림과 다름이 없다.” 신기옥 화백을 경기도 성남시분당구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나는 종종 험준한 언덕위로 돌을 굴려 올려야하는 참혹한 형벌의 시지프스(Sisyphus)신화를 떠 올린다. 숙명 같은 인고의 세월에서 탄생되는 것이 작품의 생명력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세로와 가로 선(線)의 축적이 비로써 숨을 토해낼 때 나의 단색화는 혼(魂)을 부여받는다. 내..

[인터뷰]서양화가 제이영‥“유년의 문방사우 놀이가 내 예술의 뿌리”

“어릴 적 혼자 붓끝으로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글씨를 쓰면서 놀았다. 먹과 벼루, 종이는 늘 내 가까이 있는 일종의 장난감이었다. 나의 작품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로 이루어진다. 돌, 나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스며드는 자유로운 페인팅의 유희에 빠져든 산물이다. 유년의 그 장난질이 내 예술의 바탕이 된 듯하다. 이제 나이에 걸 맞는 작품을 하고 싶다.” 서울한남동 ‘모제이 갤러리(Mo J Gallery)’에서 제이 영 작가를 만났다. 제이영(J Young, 본명:정재영, 1965~)작가는 경북예천출신으로 전북대학교 교수(2003~2009)를 역임했고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 장려연구원(2006~2007)을 지냈다. 1990년 미술그룹 ‘황금사과’를 창립하여 활동하였고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을..

[인터뷰]조각가 박석원‥“내 작업은 한지특성의 물질감을 분할하는 것”[PARK SUK WON,박석원 화백,박석원 작가]

“아메바가 번식하듯 한지물성이 분화를 통해 외부공간을 번져나가는 구조특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무의식적 신체행위를 통해 분할, 분절, 특수한 소재를 갈라놓는다. 때문에 내 작업은 어떤 한지특성의 물질감을 분할하는 것이다.” 경기고양시, 박석원 조각가 작업실을 찾았다. 한지작업만을 위한 공간엔 각종 색한지 뿐만 아니라 작업의 과학성에 중요한 긴 큰 자 등의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입체와 한지평면작업의 차이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나에게서 조각과 한지작업은 차이가 없다. 단지 소재가 다를 뿐 그 콘셉트를 적절하게 잘 묘사해주고 있다고 여긴다. 나의 예술세계 본질과 가깝게 그 의미가 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각가 박석원(PARK SUK WON,1941~)은 경남진해출신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

[인터뷰]서양화가 안준섭…“자신을 솔직하게 맞닥트리는 상태의 표현이 나의그림”[안준섭 작가,A South Korea Painter Ahn Junseop]

“요즈음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는 예술적 성취를 느낀다. 그런 경지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색채라든가 표현들이 관람자와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용인 안준섭 작가의 작업실에서 인터뷰했다. 근작 ‘굴속의 노래’시리즈에 대해 물어 보았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현실, 그 속에서 내가 굴하지 않고 그 안에서 계속 그림 그리는 모습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굴속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 것일 텐데 내 인생에 유의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안준섭(1970~)미술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했다. 여름 언덕에 서서, 고트호브에서, 나의 사랑스런 바깥, 흐름 등의 명제로 열네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용인시청 등에 작..

[인터뷰]화가 윤종득, “대립과 화합의 통섭을 표현하려 했다”[윤종득 작가,윤종득 화백]

“가장 압축된 조형의 형태를 통해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보고 느끼게 하려 노력했다. 작품의 바위와 무수히 작고 많은 공간들에서 관람자가 자신의 언어를 만나고 공감과 동화의 힐링이 되기를 소망한다.” 서울동대문구 소재, 전각준법(篆刻皴法)의 산하 윤종득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은 병풍처럼 펼쳐진 배경과 굵은 선을 이용해서 하나의 뼈대를 구축한다. 그 속엔 한글자모음과 한자 등의 문자를 비롯한 인간과 자연의 형태가 녹아들어 삼라만상 어울림을 지향한다. 선(線)을 통해 경계를 지우고 대립과 화합을 통섭하는 동양학이 깊게 배어있는 것이다. 윤종득 화백은 “화면에 가까워질수록 희로애락이 내포되어 있다. 선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자연의 형상들을 축약시켰다. 나의 성정과 잘 맞아떨어져 작업 내내 ..

[갤러리 비선재]화가 권오봉‥청정과 강건함의 전통[이진명 미술평론가][권오봉 작가,권오봉 화백]

청정한 강건함이 드러나는 경지 글=이진명 미술비평 권오봉(Kwon O Bong, 權五峰, 1954~)작가는 낙서(書)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나는 매스컴에서 권오봉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내가 생각하기에 권오봉의 그림은 낙서가 아니다. 장난도 아니거니와 멋대로 그린 것이 아니다. 화가는 시간의 거대한 흐름에 자기를 맡긴 것이다. 권오봉의 회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속에 도도히 흐르는 문화적 전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버린다는 것, 즉 ‘사(舍)’개념은 우리 동아시아 예술에서 최고의 경지이다. 동파(東坡) 소식(蘇軾,1037~1101)이나 운림(雲林) 예찬(倪瓚,1301~1374), 석도(石濤)가 모두 ‘사’ 하나로 예술적 성취를 이루었다. 가령 동파는 ‘동파지림(東坡志林)’에..

[인터뷰]서양화가 정인완‥“내 작품콘셉트는 반사와 투영 그리고 바코드 풍경”[정인완 작가,정인완 미술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풍경이나 사물들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인코딩(encoding)되는지 또 그들이 어떻게 우리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 회화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추상적이면서도 현대성의 해석맥락에서 나의 작품콘셉트는 반사와 투영 그리고 바코드(barcode)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비가 종일 오락가락하던 날 경기도 파주, 정인완 작가 작업실을 찾았다. 화실인근 넓은 하천 둑으로 초록야생풀들이 빗방울을 머금은 채 싱그럽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둑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구상적인 것과 추상적인 생각을 하나의 화면으로 전달하려 한다. 작가의 시선으로써 자연이 전하는 모든 메시지를 아름다움이라고 여긴다. 자연의 형상, 소리가 끊임없이 변화되지만 궁극으로 그것은 대자연이라는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인터뷰]서양화가 한영준‥“작품이 완성되어 가면 자아발견에 다가서는 느낌”[한영준 작가, HAN YOUNG JOON,한영준 미술가]

“간혹 분위기와 조화라는 무게에 치중하여 끝없이 반복되는 색감의 덧칠에 갇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진 않을까 조바심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스스로를 다독이며 연필을 놓고 붓을 놓고 사색에 빠져드는 시간을 소중하게 껴안는다.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길이라 여기며….” 독일쾰른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재독(在獨) 한영준 작가와 서울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둘러보며 대화 나눴다. 회화와 조각기법을 융합한 ‘끌 말러라이(Kkeulmalerei)’작업이 미술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업에 관한 일상의 소회를 물어 보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건 필연일 듯하지만, 약간은 뒤틀어진 불공평한 운명 같..

[한글프로필]서양화가 안준섭,AHN JUNSEOP,안준섭 작가,安準燮,안준섭 미술가

안준섭(AHN JUNSEOP,安準燮) 1970~ 경기도 용인 출생 200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 199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 ▲개인전 14회 2022 제14회 여름 언덕에 서서 바움아트스페이스, 서울 2021 제13회 김량장동에서 한국미술관, 용인 2021 제12회 고트호브에서 갤러리 반디트라소, 서울 2019 제11회 구르는 돌 아트스페이스루, 서울 2014 제10회 나의 사랑스런 바깥 두루아트스페이스, 서울 2013 제 9회 흐름-어떤 일기 갤러리 카페퀸, 수원 2013 제 8회 흐름-그늘의 발달 라운지인더박스, 서울 2011 제 7회 흐름-풍경의 사생활 물파스페이스, 서울 2011 제 6회 Working Artist 현갤러리, 서울 2009 제 5회 거친땅에서 세상을 보다 송..

[인터뷰]서양화가 이태현‥.“정도를 걷는 끝없는 도전이 화가의 길”

“젊은 시절 안국동에서 ‘이봉상회화연구소’를 운영했던 박서보(朴栖甫,1931~)선생에게서 그림을 배웠다. 그 시절은 고생이라는 말이 평범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오직 미술로 승부를 걸었던 선생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겼었다. 그것이 화가로서의 정도(正度)였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다짐을 떠올리며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붓을 든다.” 평면에 담긴 공간의 깊이에 삼라만상 근원을 찾아가는 ‘이태현-原點(원점)에서’개인전이 지난 10월30일까지 서울인사동 통인화랑(TONG-IN Gallery)에서 미술애호가들의 호평 속에 열렸다. 팔순을 넘긴 고령의 이태현 화백에선 담박한 심성의 온기와 지적탐구의 순수성이 깊게 다가왔다. “나의 작업엔 천·지·인 섭리를 평면공간에서 해명해가는 여정이 스며있다. 오랫동안 문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