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공유 그 연결고리를 찾아서 길을 지나다 우연히 조그만 구멍가게를 만나면 너무나 반갑다. 강한 태풍과 같은 소비의 홍수가 동네라는 공동체 개념마저 앗아가 버렸지만 이곳에서는 잠시 숨을 고를 여유가 있다. 시간에 대한 이해는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의 다른 의미를 일깨워 준다. 다소 어눌하고 어질어져 보이는 구멍가게 풍경과는 달리 내 그림은 절제된 구도로 일관하고 있다. 하나하나 그 가게의 내부까지 정돈된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엇을 파는지, 주인은 누구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가게에 비치된 물건들은 절대 풀 수 없는 암호로 그려지는 궤적의 낯선 집합이 아니다. 날카로운 펜의 재질에도 그 영향이 있고 내 마음에도 그 이유가 있다. ‘비록 소소한 정이라도 기개가 없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작..